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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즐거운 편지
    시와 글과 노래 2017. 1. 22. 00:05

    1

    내 그대를 생각함은

   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

   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

   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.


    2

   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

   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.

   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.

   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.

   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.

   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.


    황동규 - 즐거운 편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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